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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한길에서 비슷한 시기 죽음을 맞았다는 점에서 로자 룩셈부르크를 떠올린다. 둘 다 “영웅적으로” 죽고, “야수적으로” 살해당했다. 룩셈부르크는 김알렉산드라 처형 이듬해인 1919년 1월15일 독일 우익 민병대 자유군단에게 고문당해 죽었다. 두 사람 시신 유기 장소는 물속이다. 룩셈부르크는 베를린 란트베어 운하에 내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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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죽음 앞 태도도 이들을 기리는 요소가 됐다. 생이 끝나는 순간에도 둘 다 혁명 의지를 놓지 않았다. 마지막 말은 기록이나 전언으로 남았다. 룩셈부르크는 처형일 저녁 혁명 승리의 필연성과 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적었다. 김알렉산드라도 혁명의 성공을 다짐했다고 한다. 사형장인 아무르강 언저리 모던하우스 우초스 절벽에서 조선 독립을 호소하며 13도(충청·전라·경상, 평안·함경을 남북으로 나눠 합한 행정 구역)를 뜻하는 열세 보를 걸었다고도 한다.
1917년 7월 김알렉산드라가 러시아 반혁명세력과 연합한 제국주의 간섭군 일원이던 일본군 병사들에게 고하는 글이 하바롭스크 빨치산 문서 보관소에 남았다. 국제주의자였던 그는 “착취의 쇠사슬을 끊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발급 으시오” “무산자동맹을 맺읍시다” “러시아와 일본 노동계급 만세!”라고 했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수식은 ‘한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다. 1917년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볼셰비키)에 입당했다. 하바롭스크 극동인민위원회 외교인민위원 등을 맡았다. 1920년 4월17일자 독립신문은 “혁명사상으론 대한여자의 향도관(響導官)/ 사회주의론 대 법인주식담보대출 한여자의 선봉장/ 자유정신으론 대한여자의 고문관/ 해방투쟁으론 대한여자의 사표자(師表者)”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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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표트르(김두서) 영향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주의하셔야 동정철도 건설 현장 통역관 등으로 일했다. 조선인, 중국인 노동자들 편에 선 사람이었다고 한다. 김알렉산드라도 통역 일을 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 중국어에 능통했다. 그도 노동자들의 대변자였다. 계봉우는 “자유주의자로 태어난 김알렉산드라는 공장 감독관 시절 노동현장에서 마치 자신들이 전제 군주라도 된 것처럼 노동자들을 부리는 공장주, 국장들의 부조리를 보고 분개해서 노동운동에 참여했다”고 기록했다(하상진, ‘고려인 역사저술가 계봉우와 이인섭의 역사 글쓰기에 대한 연구’ 중).
계봉우는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였다. 1920년 4월 상하이 독립신문에 ‘김알렉산드라 소전’을 연재했다. 의병 출신이자 김알렉산드라의 볼셰비키 동지였던 이인섭과 함께 김알렉산드라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동휘 등이 하바롭스크에서 결성한 한국 최초의 사회주의당인 ‘한인사회당’ 당원이었다. 창당을 지원한 김알렉산드라도 중앙위원을 맡았다.
다시 들여다본 김알렉산드라 기록에서 보수 정권의 우경화를 확인한다. 공산주의자 김알렉산드라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준 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0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당시 보훈처가 추서했다. 15년 뒤 윤석열 정권 때 벌어진 일이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이다. 이 사건도 12·3 비상계엄 사태 때 확인한 극우화 전조였다.
김알렉산드라 연구는 많지 않다. 온라인에 떠도는 몇 군데 기록은 정확하지 않다. 사형장 마지막 모습과 발언 등은 이인섭이 ‘비망록’ 등에 적은 게 여러 형태로 변주된 채로 전해진다. 정철훈이 2021년 낸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시대의창)은 여러 문헌을 집대성한 자료다. 정철훈은 김알렉산드라를 두고 1992년엔 논문, 1996년 평전, 2009년 소설을 썼다.
▼ 김종목 기자 jomo@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